Asea 2023 (2023)
순회 (2021)
Taxidermy (2020)

7th Floor (2019)











2024 개인전 <탑승객님, 마스크를 착용해 주십시오>
예정,  팩션

2023 개인전 〈아세아 2023〉, 세운아트스페이스
(한국예국술종합학교 공연전시센터 〈2022 BAP : Beyond Art Project〉 사업 선정)

2023 〈아세아 2023〉Ars Electronica 2023 초청

2021 그룹전 〈제 4의 벽〉 참여, wrm space 

2021 그룹전 〈비일상 매뉴얼〉 기획 및 참여, 
아트레온 갤러리

2020 PaTI 주최 《안녕, 코로나19 국제 일러스트 공모전》 First prize 수상
2020 그룹전 〈블리스(Bliss)〉 참여, Weksa

 



도예린은 일상 안에 판타지, SF와 같은 사변적 세계를 구축한다. 이 세계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공간을 반영하지만 때로는 공간 기억, 꿈속 공간, 천국, 지옥과 같은 관념적 공간이기도 하다. 현실이 변주된 가상 세계는 현실의 법칙과 이성을 따라 살아갈 때는 진입할 수 없는, 사물과 상황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우회로다.

게임 엔진 기반의 이 가상 세계는 층위, 구역, 행동 수칙, 생태계와 같은 시스템을 통해 묘사된다. 이것은 때로는 순환하는 계절이며, 일정한 횟수의 제의적 행위, 혹은 일련의 미션이기도 하다. 컴퓨터 게임에서 자주 보이는 이러한 '반복적 서사의 틀'은 신화와 구전설화, 도시전설과 같은 원형적 서사가 생성되는 방식을 차용한다. 종교와 구전설화와 게임은 금기와 덕목, 그리고 그것을 지켰을 때 주어지는 보상과 어겼을 때 내려지는 형벌이라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이것의 차용은 인간이 어떤 이데올로기를 설립할 때 필수불가결한 모종의 체계에 대한 탐구로도 이어진다.

 이 가상 세계가 구축하는 이데올로기는 '위계의 전복’이다. 곧 사라져서 잊혀질 것들, 혹은 가볍게 생각하고 지나갔던 어떤 순간이 거대한 세계와 서사의 발단이 된다. 이야기는 자연히 '실제 겪었던 경험'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일상 속에서 SF의 언어를 사용하며 기이한 서사의 파문을 만들어나간다. 관객을 그것을 따라가며 청정 구역에 두고 온 일회용 마스크를 회수하기 위해 여객 안에서 드론을 조종하고, 순간이동하는 달팽이의 시공간 인지 모델을 모방한 장치를 통해 사라진 애완 달팽이를 추적하기도 한다. 계속해서 보여지는 '통제 불능', '목적과 수단의 괴리'는 펜데믹 이후 대두된 기후 위기와 인공지능의 도래 등 새로이 당면한 상황 속 어찌해야할 바를 모르는 시대적 정서를 블랙코메디적으로 은유한다. 도예린은 기존에 우리 인간이 수많은 비인간 생물과 무생물 사이에 스스로 부여한 위치에 대해 반문한다. 도예린은 '일상을 비집고 들어오는 비일상'으로써 일상의 문제적 상황과 거대 담론을 연결시키고 더 나아가 '사변하기의 힘'을 역설하며 우리의 상상력이 열어주는 무수한 가능성의 바다에 나아가야할 방향이 있을 것임을 시사한다.

또 한편으로 이 세계는 남몰래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애정어린 집념이다. 도예린은 오랜 역사를 가졌지만 재개발로 사라진 전자상가의 공간 데이터와 역사를 기반으로 디지털 동굴과 생태계를 생성하여 공간의 연대기를 연장한다. '존재란 언제 사라지는가?' 혹은 '살아있다는 것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 탐구는 다음 작업에서 모선과 연결이 끊긴 탐사 드론이 정령이 되어 외딴 섬을 수호한다는 설정으로 이어진다. 도예린은 무생물에 신화 서사를 부여하며 ‘비인간의 삶’을 넘어서 '무생물의 삶'에 대해 상상하게 한다.